미국 대선의 쟁점과 한미관계

이법철 | 입력 : 2016/11/03 [09:12]

미국 대통령선거 유세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3차에 걸친 TV 대선토론은 서로간의 난타전으로 막장토론을 방불케 했다. 미국 정치의 틀 자체를 바꾸려는 도전자 도날드 트럼프를 낙마시키기 위해 반 트럼프 진영은 2차토론 2일전 트럼프의 여성비하 성적 농담이 담긴 <할리우드로 가는 길>이라는 2005년 비디오를 공개하고 그의 사퇴를 압박했다.

그러나 토론장에서 트럼프는 그의 막말에 대해 “가족과 국민에게 사과한다. 그러나 그것은 라커룸 농담 수준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여성 직원과 추악한 성행위를 해서 탄핵까지 받고 많은 여성들을 욕보였다. 당시 영부인 힐러리는 폭행당한 여성들을 핍박하지 않았느냐? 나는 라커룸 수준의 말을 했지만 그들은 행동으로 그렇게 했다”고 역공을 펼쳤다.

도널드 트럼프는 도전자고 힐러리 클린턴은 수비자다. 오바마 정부의 국무장관을 지낸 클린턴의 정책공약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트럼프는 부패하고 무능한 미국정치의 틀 자체를 바꾸고 오바마 행정부의 잘못된 국내외 정책을 모두 바로 잡겠다고 나섰다.

그는 소속 정당인 공화당도 의회에서 다수당을 만들어 주어도 기득권에 안주하여 미국을 위해 한 일이 없다고 비판하고 자기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한다. 아무런 정치적 기반이 없는 트럼프가 당내 경선에서 쟁쟁한 공화당 경선 후보들을 다 물리치고 공화당 대선후보가 된 이유다.

트럼프의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클린턴이 택한 전략은 정책대결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왜 안 되는가를 알리는 네거티브 전략이다. 트럼프의 무슬림에 대한 강경책과 여성비하 발언과 행태 등을 문제 삼아 그를 인종차별주의자이고 반여성주의자로 몰아가는데 전력을 다해온 것이다. CNN과 뉴욕타임스 및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주류 언론들도 노골적으로 클린턴 편을 들고 나섰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트럼프를 괴물이요 막말하는 말썽꾼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미국 대선의 편파성은 너무 심하다.

심지어 오바마 현직 대통령이 “트럼프는 정서적으로 지적으로 대통령직에 적합지 않다”고 말하면서 수시로 트럼프를 때리고 클린턴 편을 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며 미국에서도 20세기 이래 그런 적이 없다.

그럼에도 트럼프 바람이 잡히지 않는 것은 그가 애국적 미국인들의 우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바마의 좌파 정부 8년을 이어받아 클린턴이 또 대통령이 되면 미국을 몰락에서 구할 수가 없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힐러리는 오바마의 정책을 이어받아 IS에 대해 미온적이고 무슬림에 온건하다. 그러나 트럼프는 IS와 같은 무슬림 테러집단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아랍에서 밀려오는 무슬림 난민의 입국 심사를 강화하고 불법이민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멕시코 국경에 장벽 설치와 불범이민 단속을 주장한다.

그러나 클린턴은 이민들에게 관대하여 불법으로라도 일단 미국에 들어오면 시간만 지나면 미국시민이 되게 하는 현행 정책에 찬성한다. 그녀는 무슬림 난민들을 검색하는 것은 종교차별을 금지한 헌법위반이라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과감한 세금 감면정책으로 침체된 미국 경제를 다시 활성화시키며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클린턴은 반대로 증세를 주장하면서 트럼프의 감세정책이 기업을 살찌우게 한다고 비판한다.

대외정책에서 트럼프는 역대 정부가 세계화정책으로 외국에게 너무 양보하여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중국과의 불공정한 무역거래를 바로 잡고 중국이 통화조작과 지적 재산권 도둑질을 못하게 하면 미국의 부를 많이 되찾아 올 수 있다고 본다. 재협상은 중국뿐만 아니라 NATO 가맹국들과 한국, 일본, 사우디와 같은 우방국들에게도 적용된다.

미국이 방위공약으로 지켜주는 나라들은 대가를 지불해야 된다면서 한국도 방위비를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한국과 무역에서도 연간 150억 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한미 FTA를 재협상하겠다고 한다.

우리나라로서는 트럼프의 이런 주장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는 트럼프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평균적인 미국인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다.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어도 한미관계의 재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누가 집권하든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자기 입장만을 관철시킬 수는 없다.

특히 트럼프는 <협상의 기술>이라는 베스트셀러의 저자로써 협상의 달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적과 동지를 분명하게 식별하는 사람이다. 다른 나라에 대한 그의 발언들도 향후 협상을 염두에 두고 한말이라 본다.

트럼프 정부가 탄생해도 한미관계의 미래는 한국의 협상능력에 많이 달려 있다. 새로운 협상에서 정부와 국민이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이 미국의 신뢰할 수 있는 우방국임을 믿게 할 수 있고 정직하고 성실한 자세로 협상에 임한다면 어느 정부가 탄생해도 한국이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닌 것 같다. ◇




정천구, 서울디지털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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