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화장비(火葬費)가 새가 되어 날아가다

| 입력 : 2016/08/26 [10:28]

나는 몽조(夢兆)를 믿는다. 몽조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기 전 예시해주는 전조(前兆)이다. 몽조는 자신을 지켜주는 조상신, 또는 수호신이 예시해준다고 생각한다.

과거 어느 날, 내 호주머니 속에서 찍짹 거리는 새소리가 들렸다. 어떤 작은 새가 나도 모르게 호주머니에 숨어 들었나? 나는 황급히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내용물을 끄집어 내보니 새는 없고 수만원의 지폐가 나올 뿐이었다. 새소리는? 의아한 표정을 하는 나의 눈앞에 지폐는 순식간에 참새같은 작은 새로 변하더니 훌쩍 날아가 사라져 버렸다. 나는 “돈아 날가가면 안돼!”외쳤지만 그것은 여름날의 한바탕 꿈이었다. 나는 괴이한 꿈으로 혼자 중얼중얼 투덜거렸다.

10여 년전 어느 날 오후 평소 알고 지나는 사하촌(寺下村)의 홀로 사는 노보살이 황급히 나를 찾았다. 그녀는 무슨 몹쓸 변고를 당한 듯 당황한 얼굴이었는데, 사연인즉 자신의 아들이 봉고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어느 할머니가 차에 치여 즉사했다는 것이다. 걱정해주는 나에게 노보살은 딱한 자기네의 사정을 해결해달라 눈물로 호소해왔다. 노보살은 이렇게 호소했다. “스님이 내 아들 주례를 서 주셨는데 이 무슨 날벼락입니까? 주례서주신 스님이 제 아들을 구해주셔야지요.”

사실 나는 7개월전에 노보살이 찾아와 아들의 주례를 부탁해왔다. 나는 경험도 없고 또... 그래서 극구 사양했으나 노보살의 요청을 단호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마침내 나는 가사장삼을 입고 표정을 엄숙히 한 후 주례사로 “부부가 행복하게 살라”는 요지가 담긴 주례사를 한적이 있다.


노보살이 나를 찾아온 목적은 아들의 교통사고를 해결해달라는 것이었다.

첫째, 교도소로 직행할 수 있는 경찰서의 문제와, 둘째, 교통사고로 사망한 시골 할머니에 대한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유족들과 합의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셋째, 모든 문제를 하려면 현금이 필요한데 자신은 문전옥답(門前沃畓)만 조금 있을 뿐이지 현금은 전무하다는 것을 전제하며, 현금을 유산으로 남겨놓지 않고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을 두고 원망을 늘어 이러한 원망을 했다. “술만 처먹는 일을 업삼아 하더니 현금과는 담쌓고 살다 갔다니까요.”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주장했다. “주례를 서 주셨으니 책임을 지고 고난에 처한 아들을 구해주세요. 그것이 부처님의 자비 아닙니까? 스님이 주례를 서주신 며느리는 임신 6개월 째입니다. 아들이 교도소라도 가게 되면 임신한 며느리의 슬픔은 어찌하겠습니까? 태어날 손자의 고통은요? 자비를 실천해주세요.”

나는 빌려달라는 현금은 없다고 딱 잡아 떼었다. 노보살은 즉시 나를 원망했다. 입소문을 들어 내가 돈이 있다는 것을 환히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돈이 없어요.” 주장하는 것을 듣더니 노보살은 화를 버럭 내며 이렇게 말했다. “스님한테 공돈을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우선 돈이 없으니 빌려 쓰고 난 후 문전옥답을 매각하여 빌려준 원금에 이자까지 합해서 갚아 주겠다는 데, 왜 몰인정하게 돈이 없다고 잡아 떼실건가요? 스님은 입만 열면 자비법문을 하셨는데, 사실은 무자비한 분 아닙니까?”

솔찍이 그 때 나의 통장에는 3천만원의 큰 돈이 예금되어 있었다. 그 돈은 20대부터 저축해온 전재산이었다. 그 돈을 저축하는 목적은 훗날 내가 나이들어 죽은 후 화장비(火葬費)로 쓰려고 비축한 돈이었다. 결혼하여 처자가 없는 대한불교 조계종의 비구승의 노승들은 사후 화장비조로 3천만원 정도를 비축해두는 것이 불문율이다. 대중이 죽은 노비구승의 장례를 치루고, 화장을 하고 49제를 마치고 찾아와 극락왕생을 빌어준 스남들의 노자돈까지 지불해야 한다는 돈의 3천만원이었다.

나는 인된다고 자신을 질책하면서도 자비법문을 상설(常說)하면서 막상 자비의 구원이 절실한 중생에게 무자비하게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것은 부처님이 살아계신다면 꾸짖으실 일이라 나는 생각되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나는 번민과 고뇌 끝에 단안을 내려 노보살에게 이렇게 말했다. “반드시 갚아 줘야 할 돈인데 갚아 주시겠지요?” 노보살은 싱그레 웃으며 “문전옥답을 팔아 사건 해결 후 한달안에 갚아 주겠다”고 부처님을 두고 맹세한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통장에 비축한 화장비를 찾아 노보살이 요청하는 대로 사건 해결에 나섰다. 경찰서에 가서 자세히 사건 내역을 알아보니 첫째, 음주운정이었다. 만취가 되어 운전하다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둘째, 과속운전이었다. 셋째, 마을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는 할머니를 과속의 차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경찰서에서 나에게 “스님에 무슨 문제인가요? ”라는 의문의 질문을 해왔다. 나는 장황히 “내가 주례를 서준 인연이고, 가난한 집안이고, 또 자비를 실천하기 위해서...” 결찰들은 “아직 아런 스님이 있었어?” 대소를 하고 사건무마에 도와 주었다. 문제는 피해자의 유족과 합의였다. 나는 나의 화장비 3천만원으로는 부족하여 여러 신도에게 1천4백만원을 빌려서야 간신히 합의를 이룰 수가 있었다.

졸지에 나는 주례사에 대한 인연과 자비실천이라는 단어에 나는 화장비 3천만원을 쓰고, 그 외 1천 4백만원의 빚을 지는 신세가 되었다.

그 후 나는 한달 후에 문전옥답이라도 매각하여 빚을 갚겠다는 노보살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기다렸다. 3개월이 흘렀다. 그 때마다 노보살은 문전옥답이 “오늘 낼 매각의 기미가 보이니 갚겠다.”는 말을 하더니 3년이 세월이 흘러도 갚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허구 헌날 “오늘 낼”이었다. 어느 날 나는 상좌를 데리고 돈을 받으러갔다. 노보살은 나에게 들으라는 듯, 며느리게 이렇게 악을 쓰듯 말했다.

“아가야, 이 세상에는 진짜 자비를 실천하는 스님은 없는것 같구나. 스님 돈이 중생돈인데, 중생을 위해 돈을 썼으면 그것이 자비인데, 허구헌날 빚을 갚으라고 졸라대니 인생이 고달파서 살겠냐? 우리 집이 문전옥답으로 간신히 풀칠을 하는 데, 그것을 팔아 빚을 갚으라고 하니 진짜 중이야? 부처님이 계신다면 혼줄을 내실거다. 안그러냐?” 며느리는 맞대꾸를 했다. “어머님, 저 스님은 진짜 스님도 아니고..입으로만 자비를 말하는 가짜....” 나의 상좌는 이 말을 듣고 분격하여 이렇게 말했다. “스님이 악질 승려가 되었네요. 어찌 할까요?”

나는 비로소 미몽(迷夢)에서 깨어나듯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상좌에게 말했다. “노보살이 내게 무진법문을 해주는 구나. 고난에 처한 중새을 구원했으면 되었지 왜 자꾸 빌려준 돈 갚으라는 타령이냐는 거지? ” 나는 허무하게 웃음을 터뜨리고 돌아왔다. 나는 화장비가 사라진 것은 인연법이라 치부 하지만, 여러 신도들에게 빌린 1천4백만원정은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 천천히 갚아 나가야 했다. 화장비가 없으면 어떤가? 도처청산(到處靑山) 아닌가? 나는 애써 웃으며 자위했다.

나는 그 후 노소를 막론하고 여자들은 잘 만나지 않는다. 자비를 실천하라고 돈을 요청하면 화장비도 없는 내가 어찌할 것인가? 위폐라도 몽땅 찍어서 빌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떤 보살은 불원천리(不遠千里)하고 나를 찾아왔다며 자신이 나의 시봉(侍奉)을 들어줄 수 있다고 전제하고, 우선 세 자녀의 학비가 필요하니 우선 1천만원을 빌리자는 제안을 해왔다. 어떤 여성은 “돈이 생기면 나에게 맡겨주시면 은행보다 몇 배 크게 불려 드릴께요.” 하며 자신을 사금고(私金庫)로 하면 대박이 난다는 귀뜸도 해주었다. 나는 그 때마다 “나는 화장비도 없소이다.” 며 애써 미소로써 사양했다.

나능 훗날 호주머니의 돈이 새로 변해 사라진 몽조(夢兆)를 절실히 깨달았다. 또 내가 아는 어느 마을 이장은 키우는 황소가 꿈에 날개 돋혀 하늘로 날아갔다며 해몽을 요청해왔다. 다음날 농부는 읍의 우시장에서 황소를 판 돈으로 막걸리 양조장에서 아주 저렴하게 막걸리를 연거푸 마셔대다가 길바닥에 쓰러져 자고 나니 속옷에 간직한 황소 판돈이 전액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이제 새로 변해 날아간 나의 화장비는 먼 추억이 되었다. 나는 그 후 여성들을 기피하고, 나는 모든 종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혼자 남한강 강가에 앉아 강물을 응시하기를 좋아할 뿐이다. ◇




이법철(이법철의 논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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