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환생과, 기복의 등보다는 심등(心燈)의 이야기

이법철 | 입력 : 2016/05/12 [21:00]

불교에서 주장하는 윤회전생(輪廻轉生), 즉 환생(還生)은 있는 것인가? 사람이 죽으면 언제 어디서 어떠한 형상으로 다시 환생하게 되고 우연이 아닌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것인가? 환생은 분명 있다는 사례의 이야기는 동서고금에 부지기수(不知其數)로 전해오는 데 환생의 근거로 나는 신라 때 전해오는 향련(香蓮)이라는 처녀보살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한다.

신라 서라벌의 어두운 겨울 하늘에서는 목화송이 같은 함박눈이 소리없이 내리고 있었다. 그 눈길을 사십대 초반의 부부가 머리와 어깨에 수북히 눈을 맞으면서 관음사(觀音寺) 일주문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부부는 관음사 저녘 예불에 참석하여 백일을 기한하고 관세음보살상 앞에서 “자식을 점지해주십사” 지극지성으로 기도해왔다. 이 날도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남편의 성명은 박신(朴信), 부인은 설씨(薛氏)였다. 백일기도가 거의 끝나가는 데 아직 부부에게는 관음보살의 감응인 태기가 없어 마냥 이쉬웠다. 박신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눈내리는 하늘을 우러르며 탄식하듯 혼잣말을 했다.
“우리의 믿음이 아직 부족해서 관음보살님은 자식 하나도 점지해 주시지 않는 것일까?”

남편의 말을 들은 설씨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이 전생에 지은 죄업이 무거워 아이를 잉태하지 못한다고 자책하면서 소리 죽여 흐느꼈다.

부부는 서라벌 왕성 쪽에서 조그마한 상점인 연꽃집을 경영하고 있었다. 신라국은 불교국이기 때문에 남녀간에 연꽃을 사서 부처님전에 공양드리는 것을 좋아했다. 부부는 불교를 독실히 믿는 신도로서 다른 장사를 해서 돈을 벌기 보다는 불교 신도들이 사서 불전에 바치는 연꽃을 정성껏 만들어 팔아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면서 매일 관음보살전에 기도하며 선인(善因)을 실천하는 착한 부부였다.

눈길을 걸어 집이 가까운 마을 입구 쪽에 이르러 설씨 부인이 앞쪽을 손으로 가르키면서 놀란듯 말했다.
“여보, 저기 눈 속에 묻힌 것이 사람 아닌가요?”
“오-, 사람이 눈 속에 빠졌군. 어서 구해드립시다.”

눈 속에는 칠순이 넘어 보이는 노파가 구덩이에 빠져 나오지 못하고 그 위로 눈은 쌓여가고 있었다. 그녀는 구덩이에서 빠져 나오려고 허우적거리다가 기력이 다해 의식이 흐려져 가고 있었다. 몸이 식어가고 있었다. 박신부부는 황급히 노파를 구덩이에서 나오게 한 후 자세히 보니 노파는 걸인신세였고 더욱 딱한 것이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었다.

박신부부는 자비심으로 주저하지 않고 노파를 구하여 등에 업고 집으로 뛰었다. 따뜻한 방에서 박신부부의 극진한 간호로 노파는 의식을 회복했다. 노파는 앞을 못보지만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고마워 하고 자신의 신세를 토로했다.

“나는 올해로 나이가 일흔 다 섯인데 , 자식도 없고 친척도 없답니다. 사십에 과부가 되어 오십에 두 눈마저 안 보이고…. 이렇듯 떠돌이로 이 마을, 저 마을로 구걸해 끼니를 연명한답니다. ”

노파는 섧게 울음을 터뜨리고는 이윽고 옷깃을 정제하고 단정히 앉아 슬픈 음색으로 ‘관음경’을 외었다.

설씨부인은 놀라운 마음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희도 자식이 없답니다. 남의 일 같지가 않군요. 그런데 어쩌면 그리도 관음경을 잘 외우세요?”
“눈이 보일 때 어느 노스님께 관음경을 배웠지요. 늙그막에 외롭고 슾프면 관음경을 외우는 낙으로 산 답니다. 지금은 관음경을 거꾸로도 외울 수 있는 걸요. 큰 절의 고명한 큰스님도 관음경을 거꾸로 외우시는 분은 드물걸요.”

박신부부는 의지할 데 없는 노파를 양어머니로 모시고 살자고 합의하였다. 박신이 노파에게 간청했다. “저희 부부가 할머니를 양어머니로 모셨으면 합니다. 돌아가시면 저희들이 장례도 잘 치러 드릴께요. 저희와 함께 사시면서 저희에게 관음경을 가르쳐 주세요.” 그 말을 들은 노파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고마워했다. 그날로부터 노파는 하루 세 끼의 따뜻한 식사를 대접받았고, 따뜻한 방에서 기거할 수 있었다. 밤이면 셋이서 관음경을 외우며 뜻을 가슴에 새기고 신심을 다졌다.

3년이 흘렀다. 어느 봄 날, 노파는 설씨부인을 조용히 방안으로 부르더니 이런 말을 했다.
“오랫동안 신세를 졌습니다. 이제 나는 이 집을 떠나갈까 합니다.”

설씨부인은 깜짝 놀랐다. “저희들의 정성이 부족해서 떠나시려는 것입니까?” 하면서 더욱 정성을 다할 것을 맹세하며 떠나지 말라고 극구 만류했다.

“꼭 가야 한다우.”
“혹 어디 가실 데가 있나요?”
“허허허 . 있고 말고요.”
“어딘가요? 저희 집보다 나은 곳이라면 말리지 않겠습니다만….”

노파는 은은한 미소속에 설씨부인에게 말했다.
“주인댁 뱃속에 태어나서 은혜를 갚고 싶어요.” “네? 어머나 별 농담을 다 하시네요.”

설씨는 얼굴이 홍안이 되어 남편에게 양어머니의 말을 전했지만 남편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노파는 자기 방에서 관음경을 앞에 놓고 요위에 단정히 좌선자세로 앉아 스스로 호흡을 끊어 버렸다. 박신부부는 슬퍼하면서 생전의 약속대로 후히 장례를 치르고 천도제까지 해드렸다.


▲香蓮같은 '천녀유혼' 주연배우 왕조현.



그 후 이상한 일어났다. 노파가 죽고나서 설씨의 몸에 태기가 온 것이다. 부부는 노파와 연관하여 생각하지 않고 오직 관움보살의 감응으로 믿어 감사기도를 드렸다. 드디어 박신부부는 천금과 같은 딸을 얻었고 이름을 향련(香蓮)이라고 지어 주었다.

향련은 성장할수록 보통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천상선녀와 같은 미모와 만권서적을 박람강기(博覽强記)하는 총기를 보였다. 큰 키에 은은히 미소짓는 절세미인같은 향련의 모습을 보면 감탄하여 천상의 선녀가 인간세계에 온 것같다고 찬사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향련은 관음경을 졸아하여 시간만 나면 관음경 외우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향련은 열 살 때부터는 대장경을 혼자서 읽고 이해했다. 특히 선문답(禪問答)에 있어서는 서라벌에 유명한 고승 대각선사(大覺禪師)도 쩔쩔 맬 정도였다. 또한 부모님에 대한 효심이 깊어 서라벌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송이 자자했다. 박신부부는 딸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관세음보살님전에 기도를 드렸더니 선녀를 보내주신게야.”

향련이 열여덟 처녀가 되었을 때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대각선사를 만났다. 향련은 공손히 합장하여 예를 표한 후 대각선사에게 선문답을 했다.
“큰스님께 여쭐 말씀이 있습니다. 저한테 일전어(一轉語)가 있는 데요.”

“말해보아라.”
“법화경에 ‘용녀성도(龍女成道) 이야기에 의하면 용녀는 8세 때, 부처님께 보주(寶珠)를 바치고 득도하였다는데, 저는 열 살이 넘은지 오래인데, 보주가 없습니다. 그래도 저는 성불할 수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대각선사는 진땀을 흘리면서 당황스럽게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것을 물으려면 선방으로 오너라.”
향련이 정색하여 목소리를 높여 대각선사에게 말했다.
“승속(僧俗), 산하대지(山河大地), 불법의 도랑이 아닌 곳이 없사온데 무슨 선방으로 오라는 것인가요? 제 질문에 어서 답해주세요!”

대각선사는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 했다. 이러한 모습을 본 향련은 대각선사를 향해 날카롭고 크게 “할!” 일할(一喝)을 해보이고는 대각선사가 걸치고 있는 금란가사(金襴袈裟)를 강제로 벗기려고 하니 대각선사는 황급히 사찰로 줄행랑을 놓았다.

향련은 4월 8일 부처님 오신 날에 대각선사가 주석하는 절에 올라갔다.

승려들이 오직 부처님 오신날에 밝히는 봉축등(奉祝燈)을 신도들에게 판매할 욕심으로 신도들에게 친절하게 하지 않고 오직 거만한 표정으로 등을 사라고 시주만 청하고 있는 것이 마치 시장의 장삿꾼같이 행세했다. 향련은 등을 팔려고 애쓰는 승려를 딱하게 보고 다가가 진지하게 물었다.

“스님, 이 절에 장식한 많은 등 가운데 어떤 등이 제일 밝나요?”
등을 판매하는 승려는 거만스럽게 대답했다.
“불전에 걸어놓은 등이 제일 비싸고 밝고, 소원을 빨리 이룰 수 있지.“
“비싼 등으로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해야 소원이 이루어져요?”
“그럼, 바싼 등을 켜면 부처님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주시지.”

향련은 탄식하듯 한숨을 토하고는 다시 진지하게 말했다.
“봉축등은 많은데 중생에게 진리를 깨우치는 심등(心燈)은 어디 있나요?”
“뭐? 글쎄…?“
향련이 정색하고 말했다.
“심등도 모르면서 거짓말로 신도를 속여 비싼 등만 팔아 돈만 벌려고 해요?”

향련은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하는 그 승려의 머리를 마치 장국죽비로 경책하듯 주먹으로 살짝 두 대 갈겼다. 그 모습을 본 대각선사는 껄껄 웃으며 화내는 승려를 진정시켰다.

향련의 나이 19세가 되는 가을에 양친은 속세의 인연이 다해 함께 세상을 떠나갔다. 향련은 깊은 슬픔속에 정성들여 양친의 장례를 치루고 양친의 극락왕생을 위해 부처님전에 지극지성으로 천도제를 지냈다.

향련은 부모없는 혼자가 되었지만 선녀처럼 아름다웠기에 서라벌의 지체높은 집은 물론 가난한 집에 결혼 적령기에 놓인 총각이 있는 집에서 혼담이 무수히 들어왔다. 향련은 웬지 결혼에 뜻이 없이 은은하게 웃기만 하더니 어느 날 청혼자들에게 이상한 제안을 했다. 관음경을 전부 외우고 뜻을 올바르게 해석하는 총각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공언했다.

따라서 총각들은 다투워 관음경을 구해 외우고 올바르게 뜻을 해석하기 위해 과외 스승으로 사찰의 고승들에게 배우는 열성을 보였다. 그 중에 부귀한 집의 아들의 관음경 실력이 제일 좋다는 평판이 항간에 돌았다. 항간의 사람들은 향련이 부귀한 집의 며느리로 정해질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과연 향련이 언제 시집을 가는가?” 기대의 화제가 서라벌에 분분했다.

어느 날, 향련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자신의 방안에서 관음경을 앞에 놓고 단정히 좌선자세로 앉아 스스로 호흡을 끊어 버렸다. 향련은 스스로 사세(辭世)하는 사행(四行)의 시문(詩文)을 화선지에 남겨 놀았으니 다음과 같다.

“나는 본래 속세 떠난 임천(林泉)의 벗이었는데
인연 따라 홍진(紅塵)을 밟았네.
이제 속세에 더 깊이 빠지지 않기 위하여
나는 십일면(十一面) 관음보살께 돌아가려네.


향련의 시신이 있는 방안은 이 세상에 없는 향기가 가득하였다. 관음경을 외우고 뜻을 해석하던 총각들은 청천벽력같은 슬픈 사건이었다.

향련이 남긴 시문(詩文)의 소식을 듣고 확인한 대각선사는 향련을 "생사에 자유자재 하도다." 칭찬했다. 대각선사는 직접 나서 죽은 향련을 애도하며 제자들과 정중히 화장(火葬)하였다.

화장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자 향련의 몸에서 한 줄기 서광(瑞光)이 하늘을 찌르듯 솟아 오르더니 그 서광은 관음사 쪽으로 가서 관음사 십일면 관세음보살상으로 들어갔다. 향련을 화장한 뒤 대각선사가 재로 변한 향련의 유해를 수습하니 놀랍게도 오색영롱한 사리(舍利)가 무수히 나타나 서기(瑞氣)를 뿜었다. 그 사리는 관음사 석탑에 봉안되었다. 대각선사는 법상에 올라 주장자(拄杖子)로 법상을 울리며, “향련은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는 우렁찬 상당법어를 후세에 전했다.

나는 향련의 이야기를 마치면서 세상에 이렇게 주장한다.

이제 인간의 과학은 광대무변한 우주에는 1천억개의 태양계가 존재한다고 밝혀졌고 또 태양은 얼마나 숫자가 밝혀질지 태양은 부지기수(不知其數)이다. 하나의 태양계는 여러개의 행성 가운데 지구같은 행성이 존재하고 그 행성들에 인간같은 생명체가 존재를 밝혀 내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기존 종교의 창세기는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지구를 중심으,로 하늘이 움직인다는 천동설(天動說)은 허위이며, 지동설(地動說)을 의미하는 지구는 부처님이나 예수님이 태어나기 전 1억년 전부터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윤회하고 있다.

나는 태양을 돌고 있는 지구는 빠르게 윤회하는 열차같이 생각한다. 열차 안에서 태어나 너무도 빠르게 흐르는 시간속에 인간은 자작자수(自作自受)의 인과법으로 생노병사를 하고 부귀빈천(富貴貧賤)과 수명의 요수장단(夭壽長短)과 또는 비명횡사를 하고 있다. 어찌 인간 뿐인가? 지구에 살고 있는 일체 생명체는 인연법에 의해 생멸한다. 오래지 않아 인간들은 스스로 시간이 천천히 흐르거나 흐르지 않는 우주의 항성(恒星)을 찾아 떠나는 날이 다가올 것이다. 우주에 “영원한 생명의 국토는 아미타불(阿彌陀佛)의 세계인 극락세계이다.” 광대무변한 우주에 항하사 모래수와 같은 별의 국토가 신비롭게 존재하듯이, 인간 가운데는 향련같이 관음경에 득도(得道)하여 생사거래(生死去來)를 자재하게 우리와 같은 육신을 가지고 “태어났다, 떠나갈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하고 주장한다. ◇



이법철(이법철의 논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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