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않는 두 처녀

이법철 | 입력 : 2020/02/17 [13:18]

 

  © 이법철

나는 독신이 원칙인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수도승 생활을 하면서 기이한 일을 많이 체험했다. 오늘은 내가 겪은 이야기 가운데 키도 늘씬하고 미모도 출중하면서도 웬지 웃지 않는 두 처녀를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대개의 여성들은 화장을 곱게하고 미소를 머금고 남자를 대하고, 활짝 웃음을 주고 유혹하는 데, 도대체 내가 만난 두 처녀는 언제나 입을 꼬옥 다물고, 얼굴에는 찬바람이 부는 듯한 표정으로 정중히 내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세상에 유혹하는 웃음을 웃지 않는다”고 맹세한 여성들같았다.

때는, 한국에 전두환 대통령이 입을 한일자로 굳게 다물고 사나운 표정으로 9시 TV뉴스 등에서 “국헌을 문란하게 하면, 본인은,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는 말에 민생을 괴롭히는 깡패 등은 스스로 숨어바리던 그 시절이었다.

어느 해 봄 날, 내가 이는 불교신도인 최(崔)보살님이 전화로 자기집에 꼭 왕림해주시면 긴히 상의 드릴 께 있다고 말해왔다. 나는 방문을 했다. 최보살님은 남편이 제법 큰 회사의 회장을 하고 있고, 자녀는 남매를 두고 있었다. 아들은 고대 법대를 나와 두 번 낙방 끝에 시험을 응시하더니 마침내 판사로 근무하게 되었고, 딸은 이화여대 3힉년에 재학중이며 미인이었다.

최보살님은 응접실에서 내게 커피를 한 잔 권하면서 딸에 대한 걱정을 태산같이 하는 것이었다.
“제 딸 보영이는 대학 3학년에 이르기 까지 남자 친구가 없어요. 얼굴에 찬바람이 일어나는 딸에게 어느 남자친구가 있겠어요? 학교에 안가면 집안에서 혼자 책만 보고 있어요. 내 아들이 판사니까 사위는 검사 사위를 보았으면 합니다만…. 스님이 특별히 부처님께 기도 좀 부탁합니다. 제 딸에게 교훈적인 말씀도 주시고요.”

보영이는 어머니가 지리를 비운 사이 내게 공손히 말했다.
“어머니 부탁에는 신경쓰지 마세요. 어머니는 저에게 너무 욕심을 부리시지요. 저는 시집도 가지 않고, 이 세상에 오래 살고 싶지도 않아요. 부모님의 욕심에 의해 마지못해 대학도 다니는 데, 저는 하루속히 탐욕의 세상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싶어요.”

“자유롭개 산다면?”
“저는 금강산 같은 심산유곡에 속세의 탐욕을 떠난 선녀처럼 살고 싶어요.”
하고 보영은 입을 꼬옥 한일자로 다물고 찬바람을 일으켰다.

보영은 남다르게 이 세상의 정치사상, 철학사상, 종교사상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깨달음이 있었다. 최보살님의 집에서 나올 때, 보영은 안채에서 대문까지 나와 전송하며 살짝 내게 돈 3만원을 쥐어주고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수도하는 스님은 돈이 필요없다고 주장하시고, 돈을 주시지 않고, 커피만 대접하시고 끝이예요. 해서 제 작은 돈이라도 드립니다.”

또 다른 어느 불교신도의 집에서 비슷한 요청이 왔다. 대학다니는 큰 딸이 허구헌날 학교와 집안에서 손에 책을 놓지 않고 공부만 하더니 정신이 이상해진 것같다고 나에게 가정방문을 요청해온것이다. 김(金)보살님의 딸 이름은 이숙(李淑)이었다. 그녀는 서울의 남녀공학의 명문대학 4년째의 졸업반이었다. 숙(淑)은 키도 크고 미인형이었지만 너무 책을 읽은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도 얼굴에 찬바람이 일뿐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그녀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부모님은 부자집의 아들을 사위감으로 바라시고, 사위감의 키는 183cm은 되어야 한다고 열불외듯 하고 계세요. 나는 결혼하여 아이낳고 그런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아요. 저는 하루속히 속세의 탐욕과 음양의 윤회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되어 심산유곡의 암자에서 불경을 읽고 부처님처럼 수행하는 참된 비구니가 되고 싶어요.”

나는 두 처녀를 보면서 엉뚱하게 일본 동대사(東大寺)에서 사는 사슴들이 떠올랐다. 동대사는 사슴들을 방사했다. 사슴들은 관광객들에게 일본인 처럼 먼저 고개숙여 인사를 했다. 사슴들은 관광객들이 사주는 과자를 좋아했는 데, 과자가 있는 곳 근방에는 사습들이 관광객들에게 절하며 과자를 사달라고 조르듯 했다. 그런데 특이한 사슴들은 고고하게 끼리끼리 놀며, 관광객들에게 과자를 사달라고 인사를 하거니 과자에 대한 탐욕에 초연한 것같았다. 내가 만난 두 처녀는 고고한 사슴같았다.

어느 날, 두 처녀는 나를 찾아와 사세(辭世)의 유언같이 똑같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부모님의 탐욕심에 우리가 좋아하는 인생을 살 수 가 없어서 특별한 결단을 해야 하겠네요. 우리 스스로 세상을 따나렵니다. 훗날 우리들을 위해서 기도하지 마세요. 우리는 부처님이 왕자로서 왕위를 탐하지 않고 우주의 진리를 향해 무소유로 길을 떠났듯이, 우리는 오매불망(寤寐不忘) 그리워 하던 세계로 떠나는 것이니까요. ”

그 후, 며칠 사이로 두 처녀는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이 내게 전해왔다. 보영이는 깊은 밤에 TV를 켜놓고 감자기 코를 골며 자다가 죽었다는 어머니의 애기가 있었고, 이숙 처녀는 대학 졸업장을 부모님에게 보여드리며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난 후 짐안의 목욕탕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아 놓고 옷을 입은 채로 들어가 면도칼로 왼 손목을 자르고 서서히 피가 빠지면서 죽어갔다는 후일담(後日譚)이었다.

나는 두 처녀의 단명을 애통하게 생각하며 부모의 간절한 요청에 의해 각기 두 처녀의 사진이 있는 영정앞에 왕생극락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렸다. 사진속의 두 처녀는 더욱 차가운 얼굴로 내게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지 말라고 했을 텐 데요. 우리는 우리가 원하던 곳으로 갔으니까요.”

수개월 후, 나는 어느 명리학 고수로부터 놀라운 반전(反轉)의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짧은 인생을 살다간 얼굴에 찬바람이 일었던 두 처녀를 생각하며 월출산(月出山) 기슭에 초가집을 짓고 혼자 살고 있는 고명한 명리학자(命理學者)인 팔순이 넘은 남(南)선생을 찾아가 절하고, 두 처녀의 사주를 내주며 죽은 사실을 숨기고 감정을 부탁하였다. 남선생은 사주를 감정한 후 껄껄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왜 이미 죽은 처녀들의 사주를 감정하라고 하십니까? 그녀들은 전생에 스스로 지은 운명대로 이 세상에 왔다가 때가 되니 그녀들이 원하는 세상으로 떠났을 뿐입니다. 그녀들은 고해세상에서 어떠한 부귀영화와 음양의 유혹으로도 붙잡을 수 없는 해탈한 선녀들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기이한 사연 보다는, 작금에도 세싱에는 남성과의 연애를 기피하고,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인생을 살면서 방안에 서책만 가득히 쌓아놓고 그곳에서 진리를 깨달으려 진력하며 이성에 고독하게 웃지도 않는 미혼 여성들은 부지기수이다. 그녀들은 고학력 소유자요, 고소득자들이 많다. 따라서 남녀를 만들고 번식을 위해 성의 쾌락을 만들어 준 조물주(造物主)도 속수무책인 여성은 부지기수이다.◇




李法徹(이법철의 논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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