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낙원동, 항구식당 여주인의 불운한 운명

이법철 | 입력 : 2020/02/05 [12:14]

 

▲     ©이법철

인간이 종교를 믿는 목적은 무엇인가? 이미 모든 인간은 전생에서 지은 인과로 정해진 현세의 운명을 살 뿐인데, 어찌 종교믿어 재수좋고, 건강하고, 무병장수하고, 부귀영화를 얻는 행운으로만 바꾸자는 것인가? 남녀 모두 인생의 종착역에 가서 임종을 앞두고 깨닫는 것은 종교에서 얻는 것은 “안심입명(安心立命)”일 뿐이다.

고금의 성현은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세상사 모두가 다 정해졌다(萬事皆有定),는 것이다. 전생이 인과에 의해 정해진 운명대로 현생을 살다 갈 뿐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는 종로구 낙원동 쪽에 서민들의 주막인 작은 항구(港口) 식당을 운영하는 김보살을 알고 있는데, 통찰하면 그녀도 영리하게 머리를 쓰고, 신불(神佛)의 특별한 가호를 얻어 행운속에 무병장수하고자 진력했지만, 자신이 전생에 짓고, 매일 짓는 인과법에 의해 50대 후반에 세싱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항구식당 여주인은 보기드문 미인형으로 키가 172cmf라고 긍지를 갖는 팔등신의 미인이었다. 특히 그녀는 궁둥이가 남다르게 커서 항구식당에서 막걸리나 소주 등을 마시는 남자들은 자신의 궁둥이를 안주삼아 술을 마셔대며 어떤 기회를 엿본다고 자랑하며, 영리한 그녀는 남자 손님들의 욕망을 알면 술병과 안주를 더욱 손님에게 안기는 작전이 있다고 나에게 실토했다.

나는 평소 강원도와 충청도로 나눠지는 분계점(分界點) 부근에서 초라하게 은신하여 혼자 밥 끓여 먹으며 살고 있다. 가끔식 서울의 헌책방을 찾을 일이 있으면, 간간히 오가는 시골 버스를 타고 원주시 버스터미널에 나간다. 또 버스터미널에서 동서울행 버스를 타고, 동서울역에서는 2호선 전철을 타고, 을지로 4가 역에서는 5호선으로 바꿔타고 가다가 낙원동 5호선 6번출구에서 내린다. 겨울 어느 날, 오전에 걸망을 메고 혼자 걷는데, 어떤 여자가 나를 불러 세웠다. 그녀가 바로 김보살과 최초 만남이었다. 그녀는 울어서 밝간 눈으로 내게 독촉하듯 말했다.
“저는 불교 믿는 데, 근처 다방에서 차 한잔 올릴 터이니 제 말씀 좀 듣고 도움 말씀을 주세요.”

그녀는 내게 커피를 권하며 원망하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부처님이 중생을 구원하는 신통력은 있는 분인가요? 저는 절에가서 시주도 섭섭하지 않게 해왔는 데, 왜 자꾸 불행한 일이 생기는가요?“

그녀는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하소연을 하였다.
“남편이 일주일전에 병으로 죽었어요. 다년간 병들어 골골 하더니 내게 빚만 몽땅 남기고 죽어버렸어요. 저에게 해준 것은 아들 하나를 만들어 주고 갔지요. 그 아들도 공부는 하지않고 제 속을 썩이네요. 도대체 부처님은 무엇을 하는 분인가요? ”

나는 쓴 커피가 더욱 쓰게 느껴지는 원망의 말을 부처님대신 들어주고, 그녀를 위로하며 이렇게 말해주고 일어났다. “이 세상은 전쟁에 지은 인과의 업(業) 놀음이랍니다. 전생에 지은 복력(福力)이 없으면 남녀 모두 꿈을 이루지 못하고 고생고생 하며 살다 갈뿐이지요. 보살님은 이제 참회기도를 많이 하고 복을 많이 짓고 현명한 명리학자의 조언을 들으셔야 합니다”

그녀는 성을 내며 종교를 바꾸겠다고 내게 선언했다. “천지 창조를 했다는 전지전능한 하나님을 믿고 가호를 받아야 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웃으며 ”하나님을 믿던 부처님을 믿던 자유스럽게 하세요. 그러나 예수님이 아버자라고 주장하는 하나님께 아무리 기도를 해도 십자가형에서 죽어야 했듯이, 보살님은 보살님이 지은 인과법대로 인생을 살다갈 뿐입니다. “

1년이 가까워 오는 그해 봄날이었다. 나는 예전처럼 낙원동 길을 혼자 걷는 데, 김보살이 어느 무식해 보이는 덩치 큰 년하의 남자와 다정히 애기하며 길을 걷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남자에게는 먼저 가라고 해놓고, 내게 이렇게 말했다.

“종교를 바꾸니, 하나님이 즉각 구원을 주셨어요, 무식하고 8살 년하지만 튼튼한 남자를 보내주셨어요. 무거운 것도 들어 옮겨주고, 정력은 어찌나 세던지…. 인건비 줄이는 셈치고 동거하면서 항구 식당을 함께 운영하지요. 전지전능한 하나님의 구원이 너무도 빠르고 좋더리고요.” 그녀는 무식해보이는 년하의 남자를 하나님이 보냈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는 사라졌다. 나는 그녀가 행복을 찾았다는 말에 그저 행복하게 샇기를 바라는 축복만 해줄뿐이었다.

그 후 1년이 지나고 겨울이 왔다. 함박눈이 펼펄 내리는 어느 날, 나는 역시 혼자 낙원동 길을 걷는 데, 등 뒤에서 여성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김보살이었다. 그녀는 놀라운 반전(反轉)의 말을 했다. “하나님의 구원으로 행복을 찾았구나, 했을 때, 저에게 찾아온 것은 뇌암(腦癌)이었어요. 하나님도 저를 구원해주지 않으시네요. 의사가 원자력 방사선으로 치료하면 완치 된다기에 열심히 병원에 가는 데, 날이 갈수록 제 느낌이 제가 곧 죽을 것같아요.“

나는 진심으로 불행한 그녀를 위로하며 이렇게 말했다.
“영국에서는 500여 명이 암치료를 위해 방사선 치료를 하다가 500여 명 전원이 사망했다는 의학지의 보고가 있어요. 자연요법으로 치료히는 것이 좋답니다.”

그녀는 암에 걸려 죽을 고생을 하는 데, 년하의 동거 남자는 죽기전에 항구식당의 운영권을 자기에게 넘기라고 거의 매일밤 두둘겨 팬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키도 크고 미인형이었지만 전생에 지은 복연(福緣)이 남편복과 재물복과 장수복이 없었던 것같다.

또 1년이 지나 낙원동을 걸어가면서 항구식당 쪽을 보니 김보실의 년하의 남자가 자기 또래의 다른 여자와 함께 다정히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나는 그 날 전지전능한 하나님께 구원을 받았다는 그녀가 오래전에 죽어 육신은 재로 뿌려지고, 불교용어로 무(無)요 공(空)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조계사 부처님전에 김보살의 고혼을 위해 향피워 기도를 해주었다.

2020년 2월 초의 어느 날, 낙원동 5호선 6번출구 쪽에서 등 뒤에서 어느 여성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40후반의 여자로 옷은 화려하게 입었으나 눈빛이 몹시 불안 초조해 보였다. 그녀는 내게 차를 대접하겠다 제의했다. 긴급히 조언을 구할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하고싶은 말을 여기서 하라고 말했다.

그녀는 주위를 살피더니 이렇게 나직히 말했다. 꿈속에 능구렁이 큰 놈이 저의 몸을 감더니 순간 제 입안을 통해 배속으로 들어가버렸어요. 뱃속에 구렁이가 살고 있어요. 스님, 제발 구렁이를 끄집어 내주세요. 돈은 달라는 대로 드릴 테니까요. 아무도 제 말을 믿어주지를 않아요. 스님, 제발 저좀 구원 해주세요, 네?“

나는 능구렁이가 뱃속에 들어 산다는 여자의 주장을 듣고, 그녀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 사기인가? 진짜 환상인가? 눈을 보면 통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구렁이가 혀를 남름거리듯이 혀를 빼어 날름 거렸다. 한국의 수도 서울에는, 중국 우한시의 박쥐영혼이 자신을 잡아먹기를 좋아하는 인간들에 코로나 바이러스로 복수극을 벌이는 전염병이 찾아오더니, 이제 능구렁이가 멀쩡한 중년부인의 뱃속에 은신하여 농간을 부리는가? 나는 의사가 진찰기를 들고 진찰히듯이, 요마를 찾아내 쫓는 퇴마사같이, 그녀의 두 눈을 무섭게 응사하여 정사(正邪)를 분별하기로 하였다. 인간이 많은 서울에는 인생살이에 고달픈 중생들은 부지기수인 것같다. ◇




李法徹(이법철의 논단 대표)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