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아내와 음식점에서

-중국의 매력에 관하여-

이법철 | 입력 : 2019/11/03 [15:29]

 

▲     © 이법철

얼마 전 점심때가 조금 지나 아내와 함께 음식점에 가서 흥미로운 일을 발견했다. 아내와 나는 부근에 있는 스포츠센터의 수영장을 함께 다닌다. 끝나고 나면 늦은 점심시간이 되어 외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맛있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집은 아내의 수영장 친구가 추천해주어 처음 찾아온 곰탕집이다.


오후 1시가 지나서인지 음식점은 한산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주변을 둘러보다가 “저희 영업점은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지 않습니다.”는 식당의 홍보문구가 눈에 띄었다. 또 여기서는 국물의 맛을 내기 위하여 일체 첨가물을 쓰지 않으며 첨가물을 발견하시는 손님께는 1억을 배상하겠다는 문구도 있었다. 중국산 김치를 쓰지 않는 것이 손님을 끄는 매력 포인트라니 흥미롭다.

아내와 중국산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에 갑자기 손님이 5, 6명 늘었다. 아내가 자랑삼아 말했다. “여보, 내가 가는 데는 사람들이 늘 많이 따라오는가 봐요.” 아내는 자기가 손님들을 몰고 다니는 힘이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당신이 사람 끄는 힘이 있는 모양이지 뭐. 당신의 매력 때문인 거 같아요.” 아내는 피식 웃었다. 예전에 아내는 내가 그런 말을 하면 남들이 흉본다고 눈을 흘겼다. 그런대 나이가 든 요즈음은 싫지 않은 모양이다.

우리의 화제는 중국식품 이야기를 시작으로 중국 이야기에 쏠렸다.
“이 집은 중국산 김치를 쓰지 않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는데 시장에서 중국산 식품에 대한 주부들의 반응은 어때요?” 내가 먼저 아내에게 물었다.
“중국산 농수산물 전반에 대해 주부들은 기피하고 있어요. 중국산은 가짜도 많고 농약과 납 성분도 들어있다고 해서 될 수 있으면 안사는 분위기지요.”

사실 세계 제1위의 농산물 수출국인 중국은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는 위험한 식품들을 전 세계에 수출하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음식물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주변국들에 대한 중화제일주의 외교정책 등으로 중국의 대외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다.

“여보, 우리 중국에 여러 번 함께 가보았잖아요? 동양화처럼 아름다운 산하(山河)가 있고 우리가 만난 사람들이 대부분 젠틀맨이던데 중국이 왜 그래요? 당신 대학에서 중국정치도 강의했고 중국노래도 부를 줄 아는 중국 팬이잖아요.” 아내는 나를 중국의 대표인양 힐난 하는 투로 물었다.

“내가 중국 좋아하는 건 맞아요.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고 하면서 무위자연을 주장한 노자의 나라, 인의(仁義)의 정치를 주장한 공자의 나라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수많은 영웅호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중국의 역사도 중국의 매력이지요.” 나는 어느새 중국 예찬론자가 되었다.
“당신, 그런 말 하고 다니면 욕먹어요. 중국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도 현재의 중국의 정치체제는 안 좋아해요. 중국 사람들 개인으로는 좋은 사람들이 많지만 국가의 행태는 개인과 다르기 때문인 거 같아요. 국가는 개인의 이기심이 뭉친 집단이라 개인보다 훨씬 더 이기적이죠.”

“또 그런 집단이 전체주의 정치세력에 의해 장악되면 못할 짓이 없게 되지요.” 나는 국가로서의 중국에 대해 이야기 했다.

“예전에는 남성적인 힘이 모든 걸 지배했지만 오늘날에는 개인관계만이 아니라 국가관계에서도 상대방을 군사력, 경제력 등으로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외교, 문화 등으로 상대의 협조를 얻어내는 매력(attraction)이 중요해졌다고 합디다. 미국의 저명한 교수가 1999년 내놓은 이론인데요. 이에 자극을 받아 중국도 2000년대부터 소프트파워를 키우는데 공을 들여왔습니다. 중국어에 대한 관심과 공자(孔子)라는 성인(聖人)의 명성을 활용하여 많은 나라에 공자학원을 세운 겁니다. 독일의 문호 괴테의 이름을 따서 만든 독일문화원을 벤치마킹한 거죠.”

“그래서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많이 올라갔나요?” 아내가 물었다.
“거의 효과가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2015년 이코노미스트의 발표에 의하면 지수가 공개된 30개 국가 중에서 중국의 소프트파워는 최하위로 나왔습니다. 영국은 이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지요. 중국은 군사력도 크게 키웠고 경제력으로 세계 1위를 넘볼 정도라 하드파워는 영국을 크게 앞지르지만 국가의 매력을 평가하는 소프트파워 지수는 크게 뒤지고 있어요.” “공자의 나라지만 국가는 전혀 공자답지 않기 때문이군요.” 아내가 말했다.

음식점 곰탕 맛이 괜찮아서 우리는 다음날 다시 그 집을 찾았다. 역시 오후 1시가 지나서라 식당은 한산했다. 중국산 김치를 쓰지 않는다는 곰탕은 그날도 맛이 아주 좋았다. 그런데 음식을 다 먹을 때가지 사람들이 더 오지는 않았다. 내가 짓궂게 아내에게 말했다. “당신이 사람들을 몰고 다닌다더니 그렇지 않은 것 같네요.” “그럴 때도 있지요. 내가 자석을 달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요, 뭐.” 아내는 덤덤하게 응수했다. ◇




2019년 10월 29일



영산대 전 총장 정치학박사 정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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